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혈액형은 A형, B형, O형, 그리고 AB형으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왜 혈액형 이름이 ABC가 아닌 ABO로 명명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는 혈액형을 처음 발견하고 명명했던 과학적 역사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혈액형의 발견
1900년, 오스트리아의 면역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는 사람의 혈액을 섞었을 때 일부 조합에서 응집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반응을 바탕으로 혈액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A형, B형, C형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C형에서 O형으로 바뀐 이유
하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C형 혈액은 A항원과 B항원이 모두 없는 형태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란트슈타이너는 이 점을 반영해 C형을 O형으로 바꾸었는데, 여기서 ‘O’는 독일어로 ‘없다’를 뜻하는 Ohne에서 따온 것입니다. 즉, O형은 어떤 항원도 ‘없는’ 혈액형이란 뜻이죠.
AB형의 발견
1902년, 란트슈타이너의 제자였던 데카스텔로(Alfred von Decastello)와 스투를리(Adriano Sturli)는 A항원과 B항원을 모두 가진 AB형 혈액을 추가로 발견하면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ABO 혈액형 체계가 완성됐습니다.
왜 ABO 체계가 중요한가
ABO 혈액형 체계는 항원의 유무와 조합을 기준으로 하여, 각 혈액형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체계는 단순해 보이지만, 수혈 시의 부작용을 줄이고 면역 반응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럼 ABO 외에 다른 혈액형도 있을까?
네, ABO 체계 외에도 혈액형을 구분하는 방식은 여럿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Rh 혈액형 시스템인데, 여기서는 Rh 인자(RhD 항원)의 유무에 따라 Rh 양성(+)과 Rh 음성(-)으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A형 Rh+ 또는 B형 Rh-처럼 표현됩니다.
이 외에도 MNS, Duffy, Kidd, Kell 등 수십 가지의 혈액형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ABO와 Rh 외에도 혈액형은 많다
MNS 시스템
- 항원: M, N, S, s
- 특징: 일부 항체는 수혈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Duffy 시스템
- 항원: Fyᵃ, Fyᵇ
- 특징: *Fy(a-b-)*는 말라리아에 저항력이 있어, 서아프리카 인구에 흔합니다.
Kidd 시스템
- 항원: Jkᵃ, Jkᵇ
- 특징: 항체가 지연성 용혈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수혈 전 정밀 검사 필요.
Kell 시스템
- 항원: K (Kell), k (Cellano)
- 특징: 항-K 항체는 **태아적혈구증(HDFN)**을 유발할 수 있어 임신과 수혈 모두에서 중요한 혈액형입니다.
전 세계에 수십 명뿐인 Rh-Null, '황금 혈액'
Rh 혈액형에는 RhD, C, c, E, e 등 50개 이상의 항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Rh 항원이 없는 혈액형이 존재합니다. 바로 **Rh-null (Rh 제로)**입니다.
얼마나 희귀할까?
- 전 세계적으로 약 50명 미만만 보유.
- 너무나 희귀해 '황금 혈액(Golden Blood)'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 Rh-null 보유자는 Rh 항원이 있는 어떤 혈액도 받을 수 없고, 전 세계에서 Rh-null 보유자만이 서로 수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Rh-null은 RH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생기며, 매우 드문 열성 유전입니다. 헌혈도 국제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혈액은행에서는 특별히 관리합니다.
마무리
혈액형이 A, B, C가 아니라 A, B, O로 불리게 된 배경엔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과학적인 관찰과 명확한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정립된 ABO 체계는 현대 의학과 수혈의 기본이 되었고, 여전히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